첫 다이빙 강습 후에 약간은 의기소침한 마음으로 두 번째 강습에 참가했다. 이번에도 깊은 다이빙 풀이 무서워서 못 내려가면 어쩌나 하는 마음에 자꾸만 한숨이 새어 나왔다. 몸으로 하는 모든 것에 재능이 없는 몸뚱이가 약간 원망스럽기도 했다. 두 번째 훈련은 어땠을까?
3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바빴다.
항상 처음은 Static
두 번째 강습도 시작은 Static (숨 참기)이었다. 한 번 해봤다고 비교적 긴장 풀기가 잘 되는가 했는데 마스크에 물이 들어오면서 실패했다. 지난번에 대여했던 마스크는 얼굴에 잘 밀착됐었는데 이번 장비는 내 얼굴이랑 잘 맞지 않는 듯했다. 이래서 개인 장비를 다들 구매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Static은 2분 6초. 간신히 2분을 넘겼다. Dynamic도 안되는데 숨 참기도 못하면 어쩌나 하며 또 조금 긴장이 되더라. 성격 탓이겠지만 작은 것 하나하나에 기분이 좋았다, 우울했다 한다. 이래서 큰 일을 어떻게 하나?
Free Immersion 연습
두 번째 강습에서는 Dynamic 연습은 없었고 깊이에 대한 적응 훈련과 압력 평형 맞추는 훈련이 있었다. 나는 지난번 강습에서 깊은 물에 대한 공포를 다시 느꼈기 때문에 이 Free Immersion 훈련이 도움 될 것 같았다. 프리 이멀젼은 몸에 웨이트 (납 덩어리) 없이 부이에 연결된 줄을 잡고 내려갔다가 다시 줄을 잡고 올라오는 프리 다이빙의 한 종목이다. 보통 본 다이빙 전 압력 평형을 맞추는 훈련으로 하는 것 같다. 그리고 나처럼 깊은 물에 대한 겁이 많을 때 바로 Dynamic 훈련을 하기보다는 줄을 잡고 바닥까지 내려가는 연습을 통해서 깊이에 대한 적응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같다. 나는 다른 것 보다 5m 바닥을 한 번이라도 터치하고 올라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습을 시작했다.

부이에 연결된 줄을 다리로 감고 준비호흡을 하다가 마음의 준비가 되면 최종호흡을 하고 스노클을 뺀 후에 손으로 줄을 잡고 밑으로 내려간다. 내려가는 중간중간 귀가 아플 것 같으면 Equalizing을 해줘야 한다. 처음에는 줄을 잡고 내려가는 것도 겁나서 3m 정도밖에 못 내려갔다. 하지만 오늘 강습에서도 바닥에 닿지 못하면 정말 Free diving이 어려워질 것 같은 마음이 들어서 다시 도전해 보겠다고 했고 결국 5m 바닥에 닿을 수 있었다. 나는 5m 바닥까지 내려가는데 발살바 (코 잡고 흥! 하면서 공기를 귀 쪽으로 밀어주는 것) 2번을 하니 귀가 편안했다. 줄 하나 있을 뿐인데 바닥까지 내려가는 것이 겁나지 않았다. Equalizing만 되면 줄 잡고 10m 밑으로도 내려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확실히 이렇게 줄 잡고 깊이에 대한 적응훈련을 하니 연습만 하면 Dynamic도 할 수 있겠다며 깊은 물에 대한 공포감이 줄어드는 것 같았다.
머리부터 내려가는 것도 할 수 있을까?
몇 번의 프리 이멀젼으로 깊이에 대한 공포심을 덜어낸 후에 머리부터 내려가는 연습을 해보자고 했다. 줄을 잡고 똑같이 내려가는데 머리부터 내려가는 연습이었다. 줄을 잡는 손의 방향이 반대였고 줄을 똑바로 보고 내려가야 몸이 줄과 평형을 유지하며 똑바로 내려갈 수 있다고 했다. 다시 조금 겁나기 시작했다. 머리부터 거꾸로 내려가면 마스크에 물이 들어오지 않을까, 코에 물이 들어오면 어떻게 하나, 세상이 뒤집어지는 느낌일까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오늘은 그냥, 무조건! 그냥 시도하자!’라는 생각으로 정말 그냥 시도했다.
배운 대로 엄지 손가락이 바닥으로 향하도록 손을 뒤집어 줄을 잡고 머리부터 몸을 뒤집어 내려갔다. 조금 긴장돼서 몸이 흔들흔들하는 느낌이었지만 거꾸로 내려가긴 내려갔다. 나는 무의식 중에 바닥까지 얼마나 남았는지 겁나는 마음에 바닥을 자꾸 쳐다봤다고 했다. 그래서 몸이 줄과 평행이 되지 않았다고 피드백받았다. 그리고 똑바로 내려갈 때는 괜찮았던 Equalizing이 거꾸로 내려갈 때는 잘 되지 않았다. 귀가 아프기도 해서 결국 바닥까지 못 가고 중간에 다시 올라왔는데 강사님이 너무 빨리 내려가서 그렇다고 이야기해 줬다. 여전히 무서운 마음이 있으니 빨리 갔다 오려고 너무 급하게 내려가니 귀가 아프고, 그 와중에 이퀄라이징도 약해서 잘 안된 것 같다고 했다.

‘역시 한 번에 뭐가 잘 되면 내 몸이 아니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운 좋은 사람들은 이퀄라이징이 자동으로 그냥 되는 사람도 있다는데 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다시 연습하면서 마음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천천히 내려가고, 프렌젤 되는지 연습해 보고, 바닥이 아니라 줄을 보고 내려갈 것. 천천히 내려가고 줄을 보면서 내려가는 건 되는 것 같은데 프렌젤은 안되더라. 프렌젤은 발살바와 다른 이퀄라이징 방법으로 폐에 담고 있던 숨을 조금만 입 안으로 가져와서 혀뿌리를 위로 밀면서, 귀 쪽으로 공기를 보내서 압력 평형을 맞추는 기술이다. 발살바 보다 더 깊은 곳으로 내려갈 때 필요한 기술인데, 육지(?)에서는 연습했을 때 되는 것 같았는데 물속에서는 1도 안 됐던 것 같다. 일단 폐에 있던 공기가 입으로 옮겨오지 않았다. 강사님 말로는 성문을 열지 않아서 그럴 거라고 하더라. 긴장해서 목 안의 성대 근육을 열지 못했을 거라고. 뭐 하나 제대로 되는 것이 없다 싶었다.
바닥에 가면 이렇게 턴(turn) 하세요.
계속 Equalizing 연습을 하면서 이번에는 턴 하는 방법을 배웠다. 머리부터 바닥으로 내려갔을 때 뒤에 있는 손 (바닥과 멀리 있는 손)을 다시 수면 쪽으로 뒤집어 잡고 (엄지 손가락이 수면 쪽으로 보도록) 머리는 그 자리 그대로 둔다는 느낌으로 몸을 바닥 쪽으로 당겨 배가 바닥을 보게 하고 자연스럽게 U턴해서 몸의 방향이 바뀌면 그대로 줄 잡고 올라오면 된다. 설명을 들으면서 말이 쉽지 내 몸이 물속에서 내 의지대로 움직여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나 처음에는 귀도 아프고 마음도 급해서 허둥지둥하면서 손을 돌려 줄을 잡고 몸을 돌려 올라왔다. 다행히 어떻게 해야 하는지 이해는 제대로 했다고 하더라. 다만 몸이 어설퍼서 매끄럽게 동작이 되지 않을 뿐. 그나마 다행이었다. 몸만 고장 났을 뿐 머리는 그나마 정상이어서. 여러 번 연습하고 싶었지만 쉽지 않은 이퀄라이징 때문에 만족스럽게 동작을 완성할 수 없었다.
이번 강습 때는 함께 프리 다이빙을 시작한 버디 (buddy)와 계속 연습을 했다. 진도가 똑같은 버디와 연습을 하니 3시간 동안 제법 많은 연습을 할 수 있었다. 역시 몸으로 하는 운동은 반복적인 훈련과 많은 연습이 답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연습했다. 나머지 연습 내용은 다음 편에 계속해서 기록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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